요즘 스마트워치나 건강 관리 앱을 쓰면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만 보를 걷거나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면 포인트를 주고, 보험료까지 깎아준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혜택처럼 보입니다. 건강도 챙기고 돈도 아끼는 이 달콤한 제안 뒤에는 데이터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가입자의 건강 데이터는 황금과도 같습니다. 과거에는 나이와 성별, 과거 병력 정도만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 사람이 실제로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식습관은 어떤지, 심장 박동 수는 안정한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합리적인 경영 전략이자, 가입자의 건강 증진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이 편리함에는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건강 관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혜택을 주는 단계지만, 먼 미래에는 개인의 생활 습관 데이터가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할증하는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나의 게으름이나 유전적인 취약점이 데이터로 기록되어 나를 평가하는 성적표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현행법상 개인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법보다 빠르게 진화합니다. 단순히 할인 혜택만 보고 무심코 건강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기보다, 내 정보가 어디까지 공유되고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약관을 꼼꼼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편리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우리를 감시하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소장 (AI리스크관리/AI규제관리/AI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