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기업의 AI 활용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광고 문구, 상세페이지, 패키지 카피, 수출용 자료, 내부 보고서까지 AI는 빠르게 실무로 들어왔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편리한 도구로만 인식하고 규제 리스크의 출발점으로는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 화장품 기업이 AI를 쓰다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규제 리스크는 거의 비슷하다.
가장 먼저 터지는 리스크는 표시광고 문제다
AI가 만든 화장품 광고 문구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AI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표현을 우선한다.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개선되는 것처럼, 달라지는 것처럼 표현한다.
하지만 화장품 표시광고에서는 그 뉘앙스 하나가 바로 위반이 된다.
실제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사례는 이렇다. AI가 만든 문구를 사람이 조금만 다듬고 그대로 사용한다. 그 결과 효능 단정, 과장 표현, 의약적 오인 가능 문구가 포함된다.
문제는 담당자가 악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문장이기 때문에 규제 기준에 맞는지 다시 의심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 행정 지적, 광고 수정 요청, 판매 중단 리스크가 발생한다.
두 번째는 성분·기능 설명 리스크다
AI는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장을 만든다. 그래서 성분 설명이 그럴듯하다. 하지만 국내 기준, 식약처 기준, 고시 기준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 AI가 만들어낸 성분 설명에는 허용되지 않은 기능 표현이 섞이거나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은 해석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제 되는 경우는 상세페이지, 브랜드 스토리, 교육 자료다. 담당자는 광고가 아니라 설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규제 관점에서는 광고와 설명의 경계는 매우 얇다. 이 리스크는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민원이나 내부 점검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해외 수출용 자료에서 터진다
AI는 번역을 잘한다. 그래서 많은 화장품 기업이 수출용 제품 설명, 브로셔, 성분 설명을 AI로 처리한다.문제는 국가별 규제 차이다. AI는 미국, EU, 중국, 동남아 규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문제가 없는 문장이 해외에서는 통관 지연, 수정 요청, 반송 사유가 된다. 특히 기능 표현, 성분 설명, 효능 뉘앙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AI가 문제였다는 사실보다 왜 이런 문구가 들어갔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네 번째는 저작권 리스크다
AI가 생성한 문구와 이미지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콘텐츠와 유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패키지 카피, 브랜드 슬로건, 마케팅 이미지에서 이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는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AI가 만들었다는 이유가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에 있다. 대부분의 화장품 기업은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검토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리스크는 항상 뒤늦게 터진다.
다섯 번째는 사내 관리체계 부재 리스크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모든 리스크의 출발점이다. 많은 화장품 기업에는 AI 사용 가이드라인이 없다.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정해져 있지 않다. AI 결과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검토했고, 누가 승인했고, 누가 책임지는지도 불명확하다. 이 상태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같은 말이 반복된다.
AI가 만든 줄 몰랐다. 담당자가 알아서 쓴 줄 알았다.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이 말들이 반복되는 조직은 AI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조직이다.
이 5가지 리스크의 공통점
이 다섯 가지 리스크에는 공통점이 있다. AI를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AI를 기준 없이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AI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다. AI를 규제와 분리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화장품 AI 리스크 관리는 AI를 막는 일이 아니다. AI를 화장품 규제 구조 안에 넣는 일이다.
다음 단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화장품 기업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AI를 쓰고 있다면 AI 사용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광고, 성분 설명, 수출 자료, 이미지 생성에 대해 어디까지 가능한지 어디서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지
누가 책임지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이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의 AI 활용은 시간이 갈수록 리스크만 키운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소장 (AI리스크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