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강력한 법적 제재를 무기로 규제의 깃발을 먼저 꽂았다면 한국은 조금 다른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 진흥과 안전한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신중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인공지능 기본법이라 불리는 법안들이 계류되어 있습니다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 내용은 기업들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 안전이나 권익과 직결된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사업자에게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의 법안 역시 글로벌 표준인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명이나 신체 안전에 영향을 주거나 채용 심사나 신용 평가처럼 개인의 중요한 권리에 개입하는 AI 기술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별도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으니 기다려보자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법이 시행되는 순간 기업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증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서비스가 왜 안전한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서 학습시켰는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문서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실무자들이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거창한 시스템 도입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썼는지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꼼꼼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규제 대응의 시작입니다 이것은 나중에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우리 기업을 지켜줄 유일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AI 신뢰성 검증 사업이나 가이드라인을 미리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법안의 세부 기준들이 결국 이러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모태로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규제는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시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법안 통과를 걱정하기보다 투명성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한국의 AI 기업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규제 요구사항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제 표준인 ISO 42001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막연한 규제 대응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AI리스크관리/AI규제관리 컨설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