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의사가 처방전을 건넵니다. 그런데 약국에 가서 약을 타는 대신, 스마트폰에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합니다.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두통약이나 소화제처럼, 질병 치료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처방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디지털 치료제를 단순히 건강 관리를 돕는 헬스케어 앱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만보기를 체크하거나 식단을 기록하는 앱들과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규제 전문가의 시선으로 볼 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말 그대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기입니다. 일반 앱과 달리 엄격한 임상 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식약처와 같은 규제 기관의 까다로운 허가 심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치료제라는 이름을 달 수 있습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주로 행동 교정이나 인지 치료가 효과적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앱이나, ADHD 아동의 주의력을 높여주는 게임 형태의 치료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약물처럼 몸에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환자가 어디에 있든 24시간 관리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앱을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디지털 순응도 문제나, 개인의 의료 데이터 보안 이슈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알약이 지배하던 의료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약을 먹는 것을 넘어, 약을 플레이하고 실행하는 새로운 치료 경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