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대신 데이터로 농사를 짓는다
스마트팜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비슷하다. 새하얀 온실
안에서 로봇이 식물을 돌보고, 농부는 스마트폰 하나로 수확 시기를 결정한다. 그 이미지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팜의 실제 개념은
그보다 훨씬 폭넓고 복잡하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한 지능형 농업 시스템이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일사량, 토양 수분 같은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환경을 제어하거나 농업인에게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단순히 자동화된 시설이 아니라,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농업의 전 과정을 재설계하는 것이 스마트팜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시설원예, 축사, 노지를 세 가지
주요 영역으로 분류한다. 시설원예는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에서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이고, 축사
스마트팜은 소나 돼지, 닭 같은 가축의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한다.
노지 스마트팜은 드론이나 센서를 활용해 논밭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정밀농업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왜 지금 스마트팜인가
스마트팜이 주목받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전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는 약 10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경작 가능한 토지는 사막화와 도시화로 인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는
전통적인 농업 패턴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농업 인구의 고령화는 농촌의 노동력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농가 인구는 전체 인구의
4.5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고, 농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60대를 넘어섰다. 젊은 세대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고, 남은 고령 농업인들은 갈수록 힘에 부치는 육체 노동에 시달린다. 스마트팜은
이 문제들에 대한 기술적 해답으로 등장했다. 적은 인력으로도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고, 노인이나 장애인도 일할 수 있으며, 날씨에 덜 의존하면서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더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부터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청년 스마트팜 창업 지원, 스마트팜 기술 고도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농업기술원과 대학이 연구에 뛰어들고, 대기업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스마트팜은 어느새 농업의 새로운 표준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스마트팜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가
스마트팜 기술은 흔히 세 단계로 나뉜다. 1세대는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 수준이다. 스마트폰으로 온실 온도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거나 닫는 정도다. 2세대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밀 제어다. 수집된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서 최적의 생육 환경을 유지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인다. 3세대는 인공지능이 개입하는
단계다. 생육 데이터와 기상 데이터, 시장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파종 시기부터 수확, 출하 시기까지 AI가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직접 결정한다.
현재 한국의 스마트팜은 1세대에서 2세대 수준이
주를 이루고, 일부 선도 농가에서 3세대 기술을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네덜란드나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아직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은 기술과 자본과 경험이
동시에 필요한 복잡한 시스템이다. 다음 편에서는 스마트팜이 실제로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