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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 현장을 방문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벽면 가득 채워진 점검표와 작업자들의 손에 들려진 볼펜입니다. 전통적인 HACCP 관리 체계에서 작업자는 생산 공정 틈틈이 온도와 시간을 확인하고 이를 종이에 수기로 기록해야 했습니다. 이는 현장 인력에게 가중되는 업무 부담일 뿐만 아니라 기록의 누락이나 오기 그리고 심지어는 데이터 위변조의 위험까지 안고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식품 산업에 스며들면서 HACCP은 이제 스마트라는 옷을 입고 단순한 위생 관리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경영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HACCP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중요 관리점인 CCP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온도계를 보고 수첩에 적었던 과정을 이제는 센서가 자동으로 감지하여 서버로 전송합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데이터의 투명성과 즉시성입니다. 수기 기록은 사후 확인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원인을 파악하는 데 그쳤지만 디지털화된 데이터는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실제 소스류를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업은 살균 공정에서의 온도 유지가 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2시간마다 온도를 체크했지만 기계 오작동으로 그 사이 온도가 떨어질 경우 해당 시간에 생산된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HACCP 도입 후 IoT 센서가 1초 단위로 온도를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열기의 밸브 문제로 설정 온도보다 2도가량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자 즉시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전송되었습니다. 관리자는 현장에서 바로 조치를 취했고 제품 폐기나 리스크 없이 생산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스마트 기술이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라 비용 손실을 막아주는 보험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스마트 HACCP은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기존의 HACCP 관리가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모니터링에 의존했다면 스마트 시스템은 데이터 자동화를 통해 인적 오류를 원천 차단합니다. 또한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는 단순히 위생 증빙용으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생산 라인의 온도와 시간 그리고 습도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분석하여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즉 식품 안전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공정 효율화와 품질 균일화라는 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식품 위생을 감독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스마트 HACCP은 행정 효율을 높여주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는 점검의 신뢰도를 높여주며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시스템을 통해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형식적인 서류 점검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실질적인 위생 지도가 가능해짐을 의미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시 점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평소의 관리 상태를 투명하게 입증함으로써 행정 기관과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소 식품 업체 입장에서 초기 구축 비용과 디지털 기기에 대한 낯설음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스마트 공장 보급 사업이나 스마트 HACCP 구축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 전환입니다. HACCP을 단순히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귀찮은 숙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공장의 모든 상황을 데이터로 시각화하고 제어할 수 있는 중앙 관제 시스템을 갖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스마트 HACCP은 안전한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와 생산 효율을 높이려는 제조사의 니즈가 기술을 통해 만나는 지점입니다. 수기 기록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데이터가 일하는 공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스마트 시대 식품 제조 경쟁력의 시작입니다. 이제 볼펜을 내려놓고 데이터를 잡아야 할 때입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