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뷰티 업계에서 생성형 AI의 도입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신제품 콘셉트 기획부터 상세페이지 카피 작성, 심지어 고객 응대 스크립트까지 AI가 못 하는 게 없어 보인다. 업무 효율이 10배 늘었다며 환호하는 마케터들도 많다. 하지만 그 화려한 효율 뒤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다. 바로 화장품법 위반이라는 법적 리스크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기본적으로 방대한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하여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다. 문제는 이 모델들이 대한민국 화장품법이라는 특수하고 엄격한 규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AI는 그저 문맥상 자연스럽고 소비자가 혹할 만한 자극적인 단어를 조합해 내놓는 데 최적화되어 있을 뿐이다.
실제로 AI에게 트러블 케어 제품의 홍보 문구를 부탁해보면 문제가 명확히 드러난다. AI는 십중팔구 피부 재생, 염증 치료, 아토피 완화, 흉터 제거 같은 표현을 쏟아낸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단어들이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라면 알다시피 이는 모두 화장품법상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어 사용이 금지된 표현들이다. AI는 문장을 잘 쓰는 능력만 있을 뿐, 그 문장이 법적으로 안전한지 판단할 능력은 없다.
만약 실무자가 AI가 써준 문구를 검수 없이 그대로 상세페이지나 SNS 광고에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식약처 모니터링에 적발될 경우 해당 품목 광고 업무 정지 처분은 물론이고 사안이 중대하면 영업 정지까지 당할 수 있다. 단순히 문구 몇 줄 편하게 쓰려다가 브랜드의 이미지 추락과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와 감독의 부재가 낳은 인재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가상 인플루언서 모델 활용도 주의가 필요하다. 생성형 AI로 만든 가상 모델이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를 보여주며 이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표시광고법상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높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피부 결과 효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미 규제 당국은 AI를 활용한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AI는 훌륭한 도구지만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와 같다. 속도를 즐기되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운전자가 도로 교통법을 완벽히 숙지하고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화장품 산업의 도메인 지식과 AI 기술의 한계를 동시에 꿰뚫어 보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AI를 잘 쓰는 것을 넘어 안전하게 쓰는 기업만이 다가올 규제의 파도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AI세이프티랩 윤수만 소장

